안녕하세요 로지컬마인드 입니다.
2026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제를 풀며 느낀 개인적인 감회에 더해 이번 시험의 특징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1. 난이도
작년 수능 이후 영어의 난이도 조절과 변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작년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평가원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시험. 난이도는 어땠을까. 우선 작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고사를 비교해 보았다.

 
 
작년 수능은 정답률 30% 미만의 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이 일부 배치되면서 상위권 변별에 초점이 맞춰진 시험이었다. 반면 이번 6월 모의고사는 특정 문항 하나가 압도적으로 어려운 구조라기보다, 오답률 60~70%대의 준킬러 문항이 독해 전반에 고르게 배치된 시험이었다. 즉, 최상위권을 한두 문항으로 가르는 시험이라기보다, 기존 80점대 학생들이 지문을 끝까지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평가원은 이번 시험에서 어떤 방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했을까?
 
 
2. 평가원은 인지 부담을 늘렸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험지를 풀면서 몹시 피로함을 느꼈다. 글이 쫀쫀하게 내 의도대로 읽힌다기 보다는 이리저리 흩어지는 단어들을 머릿 속으로 주워담느라 힘들었다. 빨리 풀고 다음문제로 넘어가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아.. 이제 그만 읽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최근 쇼츠를 많이 봐서 내 인지능력이 떨어진 탓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히 평가원에서는 수험생들이 느끼는 인지부담을 늘렸다. 평가원이 최근 사용하는 인지부담을 높인 방식에 대해 먼저 분석해 보았다.
 
 
① 비교급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er, more-, less- 등과 같은 비교급 표현은 문맥상 비교대상을 무의식적으로 추론하며 읽어야 하는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A가 B보다 더 크다' 에 비하여 'A가 더 크다' 라는 문장만 읽는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뭐보다 더 큰데?'라는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하며 읽어야 한다. 이러한 문장들이 최근 지문들에서 사용되는 횟수가 늘었다.
 

 
특히 than을 동반하는 비교급 비율은 최근 시험에서 2%로 급격히 줄어있다. 암묵적으로 비교 대상을 생각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지문을 읽으며 우리의 뇌는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특히 30번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비교급 사용이 더욱 두드러진다.>
 
 
② 대명사 빈도가 줄었다. 대신..
 
 
지문을 읽으면서 참을성의 한계를 느끼기까지 했다. 빨리 그만 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전 시험들과 뭔가 다른 부분이 있어도 있는게 틀림없다. 우선 4개의 시험지의 단어 수를 분석했다. 역시 예상대로 이번 6월 모의고사의 단어 수가 최근 시험 중 가장 높았다.
단어 수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문 내 대명사 사용빈도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었다. 대명사로 쉽게 연결해 주기보다, 명사구와 재진술을 통해 정보를 압축하는 방식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과거의 지문이 it, they, this와 같은 대명사를 통해 앞 내용을 비교적 명시적으로 이어 갔다면, 이번 6월 모평은 같은 내용을 다른 명사구나 추상 표현으로 다시 제시하면서 학생에게 더 높은 문맥 재구성 능력을 요구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순서/삽입 유형에서 두드러지게 되면서 우리의 천연 두뇌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훨씬 늘어났다.
 
 
③ 대신 재진술의 빈도와 정도가 높아졌다.
대명사의 빈도가 줄어들다 보니 지문 내에서는 앞서 나온 개념을 다른 용어로 재진술한 표현들이 많이 등장했다. 아마 지문을 읽으면서 모두들 뭔가 쌩뚱맞은 단어가 나온다 싶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 단어들의 의미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뒤로 넘어갔다가는 지문의 맥락이 끊어지게 되면서 지문의 맥락을 놓치게 된다.

 
<30번 어휘 문항>
 
 

 
 
<31번 빈칸문항>
31번 문항에서 'yield or harvest or use(생산, 수확, 사용)'이라는 단어는 뜬금 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 부분은 Conservationists(보호주의자)들이 자연을 복구하는 데에는 특정한 목적이 있음(desired)을 재진술하는 표현이었다. 다만 지문은 desired state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 뒤에서 yield / harvest / use, restore / repair / display / use 같은 표현으로 풀어낸다.
 
 

 
<33번의 정답선지 2번은 재진술 능력을 많이 요구한다>
33번 정답 선지 2번은 지문 내 the more biased one's perception(개인의 인식이 더욱 편향적이 된다)를 재진술한 문장이다. 2번이 왜 정답선지인지 고민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감정적 개입이 클수록 인식이 더 편향된다는 말은, 실제 대상과 자신이 기대하는 대상 사이에 큰 유사성이 없어도 그것을 보고 싶은 대로 잘못 인식한다는 뜻이다. 다만 지문은 이를 biased perception이라는 추상 표현으로 정리하고, 선지는 less similarity is required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제시한다. 따라서 두 표현이 같은 내용을 말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편향된 인식 = 적은 유사성만으로도 기대한 대상을 본다고 착각함"으로 한 번 변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34번 빈칸선지도 고난도 재진술 능력을 요구한다>
34번의 정답 선지 art is going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지문 중반부에 제시된 문장과 재진술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앞부분의 asserts his belief in the future presence of the work as a significant point attained by art as a whole은 수집가가 작품을 구매하면서, 그 작품이 앞으로도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뜻이다. 빈칸의 he can predict art is going 역시 수집가가 작품의 미래적 가치를 판단하고, 예술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예측한다고 믿는다는 내용이다. 다만 두 문장이 표면적으로 같은 어휘를 반복하지 않는다. 앞부분은 future presence, significant point, art as a whole처럼 추상적인 명사구로 표현하고, 선지는 predict art is going처럼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제시한다. 따라서 두 부분이 재진술 관계임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앞 문장의 의미를 한 번 압축해서 "미래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예측"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이번 시험에서는 재진술의 빈도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재진술의 정도가 심해지다보니 지문을 읽으면서 '아니 이 단어가 왜 나왔지?'를 계속 속으로 되뇌이며 읽어야만 했다.
 
 
④ 이과형 지문의 비중이 늘었다.
시험 내내 어떤 글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는 느낌 보다는 마치 70분 내내 작동 방법이 어려운 기계의 설명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인문학 지문들은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내용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하는 글들이 많다면, 이과형 지문들은 읽는 내내 정보의 폭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것 까지 알아야돼?' 라는 생각을 꾹꾹 눌러가며 지문을 읽어 나가야 한다. 특히 순서/삽입 파트에서 이과형 지문들의 폭격으로 인해 데미지를 많이 입었다.

 
수치만 보면 2025년 9월, 2026년 6월 모평은 모두 36%로 비슷하다. 그러나 체감 난도는 2026년 6월 모평이 더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이유는 이과형 소재가 단순 배경 정보로 쓰인 것이 아니라, 순서·삽입·장문·고난도 문항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 6월 모평의 38번과 41-42번은 공기역학과 재료과학의 작동 원리를 따라가야 하는 지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과형 지문 수가 늘었다"기보다는, 이과형 소재의 글들이 가진 많은 정보량을 처리하는데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다.
⑤ 순서/삽입의 명시적 단서 비중이 줄었다.
순서배열 36, 37번은 예전처럼 however, therefore, this, such 같은 명시적 기능어만 잡아서 바로 배열되는 문항이 아니었다. 두 문항 모두 문장 간 연결은 존재하지만, 그 연결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보다 내용의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관계를 추론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수험생들의 인지 부담은 더욱 늘었다.

 
<명시적 단서가 활용되지 않은 순서배열>
36번의 경우 모두 각 구간의 초반 내용을 판단해서 연결해야 하다 보니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
 
 
⑥ 그 와중에 평가원은 순서배열 문제에 단어 함정을 파놓았다.
내용 판단을 어렵게 해 놓고 단어 만으로 접근하는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함정을 파 놓았다.
 

 
 

 
<Spectacle만 보고 (B)로 직진하면 오답이 나오는 37번 문항>
 
36, 37번 모두 제시문 이후에 같은 모양의 단어를 덥석 골랐다가는 오답으로 가게 된다.
3. 그럼 남은 기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평가원은 더 이상 단어 몇 개를 어렵게 내거나, 문장 하나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어 난도를 올리는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지문 전체에 걸쳐 수험생이 처리해야 할 정보량을 늘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을 덜 친절하게 제시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학습도 단순 해석 연습에서 멈추면 안 된다. 다음 네 가지 훈련이 필요하다.
① 비교급은 반드시 비교 대상을 복원해야 한다.
비교급이 나오면 단순히 '더 ~하다'로 해석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
다음 질문을 해야 한다. 
- '무엇보다 더/덜 그런가? - 비교 대상은 앞에 직접 나와 있는가, 아니면 문맥 속에 숨어 있는가? |
특히 이번 시험처럼 than이 생략된 비교급이 많아지면, 학생들은 비교 대상을 스스로 복원해야 한다.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으면 글을 읽는 동안 계속 정보가 흩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② 재진술에 반응하는 훈련을 하자.
기존에는 it, they, this 같은 대명사를 잘 추적하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지문은 대명사로 친절하게 연결해 주기보다, 앞의 내용을 다른 명사구나 추상 표현으로 다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잡지 못하면 지문을 읽다가 "갑자기 다른 말이 나왔다"고 느낀다. 따라서 지문을 읽다가 "갑자기 다른 말이 나왔다"고 느낄 때 앞/뒤 문장에 나온 표현과 같이 묶어서 이해하자.
 
③ 순서·삽입은 연결어보다 문장의 기능을 봐야 한다
이번 36, 37번처럼 명시적 연결어는 약하고, 내용의 기능으로 순서를 판단해야 하는 문항이 늘고 있다. 따라서 각 문장을 해석하고 나서는 다음처럼 기능을 붙여야 한다.
- 정의인가? - 예시인가? - 확장인가? - 반박인가? - 정리인가? - 앞 내용을 받는 문장인가, 뒤 내용을 여는 문장인가? |
즉, 순서배열은 단어 반복 문제가 아니다. 문장의 역할을 판단하는 문제이다.
④ 이과형 지문은 배경지식이 아니라 작동 원리로 읽어야 한다
이과형 지문이 나오면 학생들은 먼저 겁을 먹는다.
하지만 평가원이 요구하는 것은 전문지식이 아니다. 지문 안에서 설명하는 작동 원리를 따라가는 능력이다. 이과형 지문은 용어가 어렵지만 구조는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과형 지문을 읽을 때는 모든 용어를 완벽히 이해하려 하지 말고, 다음 네 가지를 먼저 잡아야 한다.
- 무엇이 원인인가? -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 - 그 결과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 해결 방식은 무엇인가? |
이 네 가지를 잡으면 낯선 소재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